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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2 - 11. 19] Lack of Elecrtricity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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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11-30 00:00 조회1,4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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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ck of Electricity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
 
 
백곤 미학, 스페이스 캔 큐레이터
 
1.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아트
 
MIT 미디어 랩의 설립자인 컴퓨터 과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는 자신의 저서『디지털이다』에서 디지털의 속성을 비트(bits)와 아톰(atoms)으로 설명하였는데, 아톰은 무게와 형태를 가진 현실의 물적(物的)형태로 이루어지는 반면, 비트는 색깔도 무게도 없이 정보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원자적 요소로 정의하였다. 비트로 구성된 새로운 세계는 인터페이스(interface)의 대변환을 가져왔는데, 인간의 물리적 감각층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현실의 물리적 실체성을 지니지 않는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가상세계를 창조했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의 속성이다. 네그로폰테가 말한 비트와 아톰은 바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개념을 대변하는데 이는 연속/불연속, 모호/단형, (mole)/분자(molecule), 물질/탈물질이라는 현격한 대비구조를 가져왔다. 이보다 훨씬 앞서 이미 디지털혁명을 예견한 미디어이론의 선두주자 맥루한은 전기와 함께 일어난 최대의 전환이 선형의 구조를 깨뜨린 파편성, 순간성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매체가 바뀌면 그 매체를 지각하는 지각양식, 즉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인터페이스 변환은 인간의 사고와 환경, 감각과 이념 등 많은 것들을 새롭게 지각하게 만들었다. 이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로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한국의 미디어아트는 2000년 이후 급속하게 성장하였는데, 인터넷의 보급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미디어아트 분야의 확장을 도왔다. 또한 미디어시티 서울을 비롯하여, 2008년 개관한 백남준 아트센터 등 많은 미디어아트 전시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작품들 및 예술가들이 소개되었다. 이러한 미디어아트는 상호작용(interactive), 몰입(immersion) 등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다층적인 감각들을 지향하며 21세기형 예술언어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아트는 몇 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공학적인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기술 편향적인 미디어아트는 내용보다는 형식적인 매체실험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기술과 놀람(awaken)을 추구하였다. , 버튼을 누르거나 센서에 의해 감지되는 관객들의 참여를 미학적인 소통(communication)으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황들은 미디어아트의 기능적인 면을 더욱 강화시켰고, 작품의 의미를 새로운 기술과 형식이라는 틀에 한정 짓게 하였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미디어아트에 대한 다른 방식의 접근과 새로운 대안들이 요구되고 있다.

 
2. 스스로 생성되는 물음들

<Lack of Electricity -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은 미디어아트가 가진 한계점을 보완, 보강하여 미디어아트를 재해석, 재의미화 하려고 하는 프로젝트이다. 말 그대로 미디어아트에서 전기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인데, 전기가 나간다면 과연 미디어아트의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디지털의 시작점은 전기의 속도와 비트가 가진 효율적인 연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미디어아트는 디지털의 매체적 성격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전기는 미디어아트의 전부로 인식된다. 전시장 벽에 걸린 수많은 모니터와 빔프로젝터, DVD 플레이어, 컴퓨터 등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은 거의 없다. 이 프로젝트는 미디어아트 작품의 형식적인 측면과 내용적인 측면을 함께 살펴보기 위한 실험으로 이루어졌다. 이미 타이틀에서 이러한 실험과정과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점이 담겨져 있다. <Lack of Electricity -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이라는 긴 타이틀은 이중적인 혼란을 가져오거나, 혹은 직설화법에 의한 단순화를 보여준다. 첫 번째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이라는 타이틀은 사람들을 유혹하며 큰 흥미를 유발한다. 그러나 곧 전기라는 요소와 나갔다(out)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는 미디어아트의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두 번째 'Lack of Electricity'라는 타이틀은 결핍된 전기에 대한 내용이다. 전기의 부족이라는 의미는 미디어아트를 이루는 소프트웨어의 변형, 혹은 오류, 변질 등 비정상의 상태를 뜻한다. 이는 미디어아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킨다. 또한 ‘대처방안’이라는 설정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여러 가지 물음들에 대한 것이다. 미디어아트, 혹은 뉴미디어아트, 디지털아트 등 여러 개념들의 정의와 범위에 대한 물음들, 혹은 질료와 비질료간의 여러 실험들, 미술사의 이즘(ism)을 벗어나 독립된 영역으로 불리는 이유 등 미디어아트에 대한 여러 물음들을 가져온다. 이러한 물음들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이중적인 타이틀은 이 프로젝트에서 논의할 수 있는 내용과 사고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는 우선적으로 미디어아트에 대한 반성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반성이라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미디어아트에 대해 더 자세히, 혹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는 부정이 아니라 긍정의 방법이다. 미디어아트 전시에 가보면 많은 작품들이 내용에서 전해지는 감동보다는 기술적인 새로움과 효과들로 관객들을 유혹한다. 이와같이 <Lack of Electricity -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은 이미 그 안에 스스로 끊임없이 생성되는 많은 물음들을 내재하고 있다. 그것은 정해진 답이 없으며, 여러 해석과 그 해석에 대한 재해석, 새로운 물음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만약 전기가 나간다면 우리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러한 물음들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는 시작한다.

 
3. 다섯 작가의 실험

이번 전시에 참가한 다섯 명의 작가는 각각의 특성들을 가지고 있다. 이 특성들을 살펴보면 미디어아트의 속성과 범위, 대안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아람바톨(Aram Bartholl)의 <랜덤스크린 Random Screen>은 전기가 필요 없는 기계적 열역학 스크린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디지털의 속성을 아날로그로 변환한 작품이다. 작품은 25개의 격자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격자에 개별적인 광원(양초)이 들어있다. 알루미늄 캔을 변형하여 환풍구의 팬처럼 회전가능하게 만들고 픽셀의 한가운데 놓는다. 이후 양초의 불꽃 세기에 따라 회전속도와 빛의 세기가 결정된다. 랜덤스크린의 각 픽셀들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켜짐과 꺼짐을 반복하는데 이는 0 1로 대변되는 디지털 신호를 완벽하게 재현한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매체 변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과의 간극을 좁히는 것에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의 개념과 미디어의 속성을 인식하고 이해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개념은 정흥섭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정흥섭의 <디지털화석 Digital Fossil>은 컴퓨터 가상공간에서 생겨나는 오류 이미지들이 쌓인 지층에 대한 것이다. 그는 가상공간의 게임 캐릭터의 옷에 붙어있는 단추(button) 3차원 단층조형물의 랜더링 이미지로 변환, 제작한다. 이 과정에서 몇 개의 이미지들은 자체적으로 오류(bug)가 발생하는데, 이 오류 이미지들을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으로 가지고 온다. 이 이미지들은 A4 종이에 인쇄되어 차곡하게 쌓여 층을 이룬다. 이는 비물질적인 비트가 물질적인 아톰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그는 시스템의 오류가 만들어내는 상황을 가상과 현실공간에서 펼쳐내어 화석화시킴으로써, 각 영역의 특성과 변환, 그리고 오류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는 대상자체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고고학적인 접근을 요구한다.
오류는 또한 디지털의 속도와 관련하여 자주 발생하는데, 박준범은 바로 이러한 속도에 관심을 가진다. 그는 미디어의 반성적인 측면보다는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미디어의 통제불가능영역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그는 비디오라는 매체 자체가 가진 형식적인 기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는 속도와 스케일, 시간을 변형하거나 장시간 촬영 후 중요내용만 부분 반복하는 기술적 효과를 통해 비정상적인 운동을 보이는 물체들을 표현한다. <Bicycle>, <Swing>, <Name>이라는 작품은 이러한 그의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오류, 혹은 변이(variation)는 디지털 기계장치와 인간의 인식장치에 정지를 요청하며 현상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반면 헤르빅 바이저(Herwig Weiser)는 디지털 이미지생산과 정보전달을 목적으로 개발된 하이테크 물질들 즉, 컴퓨터를 이루는 액정, 실리콘, 유리섬유 등에 약간의 전기화학 자극을 주어 그 기능을 퇴행시킨다. <루시드 팬텀 메신저 Lucid Phantom Messenger>는 전기화학의 메커니즘을 통해 생성된 아날로그 조각, 혹은 추상회화의 액션페인팅과 같은 효과를 가져다준다. 이는 새로운 미디엄에 대한 물리적인 실험이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접점에 대한 다른 인식적 접근을 요구한다. 전병삼의 실험은 더 직접적이면서도 미디어아트에 대한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그의 작품 <Lack of Energy> TV 뉴스를 보기 위해 관객들로 하여금 열심히 자가발전기의 손잡이를 돌리게끔 한다. 모니터의 ‘로딩 중’이라는 메시지는 ‘에너지 충만’을 위한 행위를 유도한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에너지 충만에 있지 않다. 로딩 퍼센티지가 100%에 도달하는 순간, 딸깍 거리며 모니터의 전원이 꺼진다. 그 다음 다시 새로운 뉴스보도가 시작되고 다시 렉(lag)이 걸린다. 작품의 의미를 확인하는 순간 사라지는 에너지, 즉 미디어아트에서의 전기의 의미는 이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부족하거나 반대로 넘쳐남을 보여준다.

 
4. 감성이 필요한 예술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은 미디어아트에 대한 반성적 접근으로 출발하였지만, 이는 디지털사회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미디어아트를 통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확인하고자 함이다. 인터페이스의 대변환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와 행동까지 제어당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미디어아트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미디어아트라는 개념 정의를 내리기에는 사회와 예술은 너무나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타이틀이 가진 모순, 혹은 위트는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실험들로 채워졌다. 그 실험들은 단순히 미디어아트가 아닌 예술로써의 방식들, 혹은 형식들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에너지원을 만들어내기 위한 제안이다. 대처방안에 대한 물음은 그 안에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이제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관객들이 편안하게, 그리고 예술적인 감흥과 교감을 느끼고 공유하기 위해 어떠한 것들이 필요한가라는 예술 감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 이제 더 이상 미디어아트라는 하나의 범위로 작품의 성격을 한정지을 수 없다. 예술의 내용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각의 작품이 가진 의미를 규정한다. , 작품의 의미는 미디어를 넘어 그것을 사용하는 인터페이스 사용자 혹은, 감상자에 의해 새롭게 정의된다는 것이다. ! 다시 돌아가서 작품에서 전기의 의미는 무엇이며, 전기가 부족하거나 나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물음은 계속해서 새롭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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