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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2 - 9. 2] 채우승 개인전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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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1-11-30 00:00 조회1,2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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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를 풀어내는 손님굿, 채우승의 서사무가

 
                                                                                                                                백곤_미학 · 스페이스 캔 큐레이터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인간 삶에 대해 여러 성찰의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중 종교는 가장 강력한 힘으로 인간의 삶에 관여하였다. 종교는 사람과 사람사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고, 믿음을 나눠가지게 하였다. 사회는 이러한 믿음을 중심으로 법칙, 도덕, 윤리와 함께 하나의 문화를 형성한다. 또한 각각의 다른 문화들이 모여 서로 교섭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문화권이 형성된다. 우리가 문화라고 지칭할 수 있는 지점은 이처럼 완전히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와 타문화, 즉 확정과 불확정의 교집합 사이에서 범위지어진다. 문화는 개념어가 아니라 추상어이기 때문이다. 채우승은 바로 이러한 추상어인 문화에 관심이 있다. 규정되지 않는 것, 확정될 수 없는 어떤 믿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정신과 몸에 베여있는 정서, 바로 그 정서가 문화를 형성한다고 생각한다. 동양의 사유를 대변하는 불교, 서양의 카톨릭과 아랍권의 이슬람 등 수많은 정서들이 각각의 문화를 만들어낸다. 채우승은 문화를 형성하는 여러 정서 중 무교(巫敎), 즉 샤머니즘을 연구한다. 주술사가 신의 세계 또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교류하면서 내뱉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 사회와 문화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즉, 한 사회의 종교나 신화는 그 사회의 정서와 정신을 담아내는 문화적 활동이기에, 종교의 의미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해석,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채우승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서사무가(敍事巫歌)이다. 서사무가란 무당들이 무가의 형태로 굿을 하면서 무속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의식이다. ‘본풀이’라고도하는 서사무가는 손님굿, 바리데기, 심청굿, 살풀이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전승되고 있는 우리나라 무속신화이다. 서사무가의 목적은 본풀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근본이나 내력을 풀어낸다는 것인데, 신과 인간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을 문화의 의미로 확대하면, 문화와 다른 문화가 서로 만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갈등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과정으로 해석가능하다. 즉, 자문화와 타문화의 간극 사이에 서사무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채우승은 작품을 통해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의 작품세계로 들어가보자.
 
 
1. 굿판의 시작 ‘자락’
채우승의 이번 전시 ‘여정’은 서사무가 중 손님굿에 대한 이야기이다. 손님은 예전의 호환, 마마 등 상처나 질병을 뜻했는데, 여기에서는 단절, 충돌, 불협화음을 의미한다. 굿은 그 손님이 공동체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건들을 다룬다. 그러나 채우승의 작품은 단순히 손님굿의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는 굿이 벌어지는 장소를 돌면서 여러 의미들을 살펴보라고 권유한다. 먼저 그는 몇 번의 전시를 통해 보여줬던 ‘자락’으로 굿판의 무대를 만든다. 붉고, 푸르고 화려한 색상들로 그려진 자락들은 성황당의 신목에 걸린 기다란 천처럼 신비함과 신성함을 드러낸다. 나무판넬 위에 한지를 붙이고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한 자락은 옷주름인 것도 같고 꽃의 수술인 것도 같다. 그것은 또한 내장기관의 형상이거나 인체의 은밀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매모호한 색상과 보색대비, 중첩된 붓질에 의한 오묘함은 해석의 범위를 확대시킨다. 패턴화 된 자락의 판넬들이 전시장 벽면에 다닥다닥 걸리면서 하나의 개별적인 그림이 아니라 벽면 공간 전체를 인식케 한다. 그것은 마치 벽지처럼 반복적으로 벽 공간을 점유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또한 그것은 실제벽사이로 숨어든다. 자락의 벽과 실제 벽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은 손님(신)이 굿판에 모인 구경꾼들 사이를 오고가면서 기웃거리는 행위를 가능케 하는 빈틈이다. 빈틈은 손님과 구경꾼들이 만나는 지점인데, 바로 이 지점에서 문화와 문화의 충돌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 충돌은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교섭의 충돌이다. 굿판에 신이 내려옴을 인정하고 신 또한 구경꾼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는 문화적으로 배어듦과 스며나옴을 모두 가능케 한다. 채우승의 자락은 바로 이렇게 문화적으로 공유되는 정서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자락을 슬쩍슬쩍 보여주듯 선명하지 않으며 은은한 색채는 한바탕 굿판을 벌이기 위한 무대설치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2. 배어나옴의 ‘구름’
이제 굿판이 형성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손님을 맞이해보자. 서사무가의 여정은 손님이 마을로 들어오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손님은 20여점의 도자조각들의 틈새로 들어온다. 화분, 항아리, 혹은 꽃봉오리와도 같은 도자형상은 규정되지 않는 어떤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 기념된다. 하얀색의 도자형상은 자신 안에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으면서 그 빛을 부드럽게 발산한다. 그리하여 빛은 끝을 알 수 없는 하얀색 깊이를 가진다. 손님은 바로 이러한 도자형상의 표면을 스치고 정해진 길을 따라 조용히 무대로 들어온다. 손님을 맞이하는 또 하나의 환영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홍살문(紅箭門)을 세워놓는 것이다. 홍살문은 동짓날 태양신을 모시는 제의로부터 비롯되었는데 두 개의 기둥을 세우고 문 위에 붉은 살을 꽂아놓아 잡귀를 막고 풍수적인 기능을 더하기 위한 문이다. 무속에서는 무당들이 삼지창을 꽂아놓고 돼지머리를 그 위에 걸어놓는 등 손님을 정성스럽게 대접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제의적인 의미가 크다. 채우승은 바로 이러한 홍살문에 ‘구름’과 주랑, 난간의 형상들을 끼워 넣는다. 홍살문의 공간너머에 있는 구름이 다가와 기둥에 붙어서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실재하는 문인지 구분 짓지 못하게 만든다. 즉, 홍살문의 격자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하이얀 구름형상과 동그란 기하학 조각들이 홍살문을 감싸고 있는 자연과의 경계를 없애고 모두를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보게끔 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순간을 뜻하기도 한다. 이처럼 채우승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구름의 의미는 명사화되어 있으나 지시할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자락도 마찬가지이다. 옷자락의 주름짐과 구름의 만져짐이 설명될 수 없듯이 빛을 머금는 무광택의 백색은 은은하면서도 서정적인 형상을 만들어낸다. 형상과 빛, 내러티브를 통한 그의 여정은 각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의 의미를 찾는 과정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현실과 비현실의 몽롱한 경계를 통과하여 마침내 손님은 굿판으로 들어온다. 채우승에게 있어서 ‘여정’은 손님이 오는 여정이다. 손님이 오는 목적은 단 하나인데, 인간이 가지는 욕심과 욕망을 꾸짖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는 타문화와의 충돌, 혹은 만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고, 외부에 대한 대응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행위이다. 이처럼 채우승은 손님굿이라는 무속행위를 예술로 끌어들여 문화와 문화사이의 정서적 교섭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에게 문화란 교섭을 위한 종교적인, 혹은 예술적인 활동 그 자체로 의미화 되는 것이다. 굿판 속에서 한바탕 놀아보려는 채우승의 여정은 이렇게 시작된다. 문화라는 거대한 틀 속에 관계하는 여러 층위의 사건들은 이제 작가와 관객들 사이를 헤집고 다닐 준비를 마쳤다. 또한 그의 의도대로 손님이 굿판에 등장하는 짧은 여정도 마무리 되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손님은 예술의 굿판에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확정되지 않는 여지를 남겨놓은 채우승의 여정은 이렇게 또 새로운 물음들을 남겨놓는다. 우리들의 삶에 스며든 정서를 확인하듯 채우승의 여정을 따라왔다면 이제 남겨진 이야기들은 혹, 우리들이 찾아가야 할 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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