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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4 - 9. 17] 신선주 개인전 Manière-noir: Beijing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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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1-12-01 18:21 조회1,3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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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채우는 검은 색면의 고요한 집중
 
                                                                                                     백 곤 / 미학, 스페이스 캔 큐레이터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풍경은 손쉽게 이미지로 변환되었다. 사각의 틀 속에 넣어진 풍경은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수많은 기록들을 남긴다. 그러나 기록은 진실의 형태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의해 정의되는 하나의 현상이다. 그러므로 풍경은 그 안에 이미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신선주는 건물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그리고 그 사진을 캔버스의 그림으로 옮긴다. 앞의 논리대로라면 이 글의 목적은 신선주의 풍경이 주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에 있다하겠다.
 
  재현을 추구하는 많은 회화작가들이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캔버스에 붓질을 한다. 신선주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다른 점은 그녀에게 사진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그 자체가 작업의 과정이 된다는 점이다. 그녀에게 사진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형태가 가진 즉물성을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신선주는 어떠한 형태상의 왜곡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카메라는 실제 공간에서 드로잉을 가능케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신선주는 북경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건축물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녀는 조감적으로 건물의 구조를 살피거나 웅장하게 건물을 표현하는 차원의 것이 아닌, 단지 그 건물을 관광하듯 편안하게 바라본다. 정적으로 건축물들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과 흑백의 모노톤으로 표현한 그녀의 작품은 캔버스 화면에 고요한 집중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집중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사진을 찍고, 출력한 다음 캔버스에 풍경을 스캔한다. 스캔된 풍경에 그녀는 하늘을 하얀색으로 지워버리고, 건물의 불필요한 부분들을 검은색 오일 파스텔로 칠해 넣는다. 가령 헤이차오 스튜디오의 바닥이나 오른쪽 건물 전체를 어둡게 처리한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어둠은 화면에서 부드럽게 풍경과 하나가 되는데, 그것은 빛에 의한 그림자 효과처럼 사실적이면서도 편안하게 공간에 깊이감을 가져다준다. 그녀는 검은색에 대한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흑단의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미묘한 검은 톤이 사물이 가진 속성을 더욱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신선주가 사진에 담은 북경 도시의 풍경은 이화원 불향각과 구 중앙은행, 헤이차오의 예술창작촌, 군수공장을 리모델링한 UCCA 미술관, 따산쯔의 옛 공장시설물 등이다. 이러한 건축물들은 중국의 문화적 특성을 잘 보여준다. 거대하고 웅장한 구조물, 집단화된 공산국가의 잔재가 남아있는 건축물, 중국의 전통양식과 자본의 개방에 따른 변화된 구조물의 감각충돌 등은 발전이데올로기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중국의 현재성을 잘 드러낸다. 풍경은 이제 신선주의 캔버스에서 흰색물감과 검은 오일 파스텔을 만나면서 구조물의 형태를 벗어나 화면을 구성하는 면과 선들로 바뀐다. 즉, 화면 가득히 담아낸 이화원의 모습이 단면화 된 평면이미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이는 미니멀회화에 가깝다. 거친 회색조의 건축물로 다시 태어난 이미지들은 또한 정물화처럼 화면에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카메라를 들고 북경의 여러 곳을 다니면서 확인한 건축물들은 그녀에게 과연 어떠한 의미일까? 그것은 거대한 문화를 형성한 웅장하지만 과장적이고 기교적인 중국문화의 현재성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오브제로 작용한다. 유명한 관광명소로 바뀐 건축구조물 위에 붙어있는 조명장식의 조악함을 발견한 그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다름 아닌 캔버스에 다시 그려지는 거친 흑백의 명암들이 존재하는 색면이다. 그녀는 중국문화의 화려하고 요란한 색상을 모두 벗겨버리고, 고요하게 사물의 형태를 훑으면서 천천히 대상이 드러내는 문화적 정서를 확인하게끔 만든다. 이렇게 신선주는 실제풍경의 불필요한 의미들을 지워내고 건축물의 구조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검은색 오일 파스텔로 캔버스를 스크래칭 한다. 그녀의 스크래칭이 거칠면 거칠수록 화면에서의 검은 색면은 부드럽게 이미지를 감싼다. 신선주의 풍경은 바로 이렇게 거칠고도 편안하게 검은 색면의 깊은 톤 속으로 우리들의 감성을 조용히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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